단골 손님과의 특별한 인연 > 일상게시판

오픈하고 2주 동안 주문이 없던 날들, 매장에 멍하니 앉아있던 저에게 어느 날 새벽 3시, 4시에 꼭 2만원어치씩 주문해 주신 SK아파트 고객님이 있었습니다. 그 고객님은 항상 "컵홀더 명함은 빼주세요, 커피는 샷만 주세요"라는 특별한 요청을 하셨죠. 주문이 없던 시절,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배달을 많이 갔던 기억이 납니다. 하도 가서 네비 없이도 갈 수 있게 되었죠. 그러던 어느 날, 고객님이 3만원어치를 시키시며 "이사가게 되어 마지막 주문입니다. 그동안 감사했습니다"라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. 그 순간, 정신이 번쩍 들었고, 나름의 서비스로 커피도 더 넣고 이것저것 챙겨서 배달 갔습니다.
그 아파트에 도착하니 뭔가 울적하더라고요. 가장 오래된 단골 고객님이셨으니, 하루 종일 주문이 없어도 그분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. 그분이 첫 리뷰를 달아주신 이후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죠.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, 애처롭게 1층에서 그 아파트를 바라보며 매장으로 돌아왔습니다.
그리고 어제 새벽 2시, 매장 앞에 서 계신 남자분을 발견했습니다. 어버버대며 "어서 오세요"라고 했죠. 배달만 하는 곳이다 보니 손님 응대를 직접 마주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어벙벙했어요. 손님: "주문하려고 하는데요 ^^" 나: "저.. 어플로만 주문을 받고 있어서..." 손님: "아, 계좌이체로 바로 하려고 하는데..." 나: "그럼 말씀해 주세요, 바로 만들어드릴게요!" 손님: "아, 그럼 1리터 미숫가루 하나랑 커피 한 잔 주세요." 나: (응? 시켜보셨던 단골...)
이런 작은 일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. 앞으로도 더 많은 손님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.